마음이 통(通)하는 사이
출애굽기 33장
17 주님께서 모세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너를 잘 알고, 또 너에게 은총을 베풀어서, 네가 요청한 이 모든 것을 다 들어 주마."
18 그 때에 모세가 "저에게 주님의 영광을 보여 주십시오" 하고 간청하였다.

하나님의 따뜻한 마음

하나님께서 같이 가시지 않을 것 같은 불안감을 지울 수 없었던 모세는 하나님의 영광(얼굴)을 보여 달라고 간청합니다. 이전에 산 위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백성들의 죄악에 대해서 들을 때보다 백성들의 상태가 더 나쁘다는 것을 알고 난 후 모세는 불안해진 것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모세의 진가가 나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을 지켜내겠다는 애틋한 사랑도 그러하고,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능력의 탁월성이 그렇습니다. 그런 점에서 모세의 이런 모습은 하나님의 그것과 닮아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을 향해 가지고 있는 마음,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이 아닌 속에 갖고 계신 근원적 마음과 같았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모세의 간곡한 부탁을 들어 주실 때 불쾌하거나 끌려가는 기분이 아니셨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못내 들어 주시는 것처럼 하셨지만 실은 모세의 이와 같은 태도에 뿌듯해 하시며, 오히려 하나님이 원하시는, 하고자 하시는 일을 더 쉽게 하실 수 있었던 것입니다. 마치 아브라함이 소돔과 고모라를 위해 기도할 때 숫자를 줄이는 것에 대해 불편해 하지 않으셨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무튼 하나님께서는 모세의 부탁을 들어 주시기로 하셨지만, 그것이 모세의 생명을 위협하는 것임을 알고 계셨기에 곧바로 타협안을 제시하십니다. 하나님은 모세가 서 있을 때 당신의 손으로 그를 덮고 지나가신 후 손을 떼겠다고 하셨습니다. 그 이유는 모세가 하나님을 정면으로 보고 살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얼마나 모세와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하고 싶으셨을까요? 그러나 하나님은 최선을 다해 모세의 마음을 만져주시기로 결심하신 것입니다. 한 인간으로서 실로 엄청난 일 앞에서 크신 하나님의 마음을 헤아리고, 무지한 백성들을 인도하며 힘들고 지칠 수 있는 자리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모세는 하나님의 얼굴은 아니지만 하나님을 본 전무후무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모세도 하나님의 뒷모습 밖에 보지 못했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어쩌면 우리가 우리의 삶을 통해 드러낼 수 있는 최고의 하나님의 모습이란 하나님의 뒷모습이 아닐까요? 하나님의 사랑, 정의 등등의 것들이 그만큼 온전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왜냐면 우린 하나님의 일부분만을 만나고, 접촉했을 뿐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치 자신이 하나님을 만난 것처럼, 하나님을 전부 아는 것처럼 큰 소리를 낸다면 그것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이냐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모세조차 하나님의 뒷모습을 잠시 보았을 뿐인데 말입니다.


하나님 없는 성막을 지을 수 없다

모세가 성막을 짓기 전에 큰 두려움에 휩싸여 있는 것은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으실 수도 있는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세세하게 성막의 식양을 주셨고, 이젠 성막을 짓기만 하면 되지만 하나님 없는 성막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입니까? 텅 빈 성막만을 가지고 가본들 자신들을 하나님의 백성, 하나님의 군대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모세의 긴장의 이유는 여기에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꼭 함께 하신다는 확증 아래서 그 분의 성막을 짓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의 삶이 하나님 없는 성막을 짓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나님의 관심과 요청을 뒤로 하고 자신들의 것만을 챙기려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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