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숭교회 교회학교는 통합교육을 하고 있다.
대개의 교회들처럼 유년부(초1-2), 초등부(초3-4), 소년부(초5-6), 중등부(중1-3), 고등부(고1-3)로 나누지 않고,
어린이부(초1-6학년), 청소년부(중1-고3)로 통합해서 부서를 만들고 예배와 행사를 함께 진행하는 것이다.
반(어린이부는 사랑방이라고 함)도 학년을 섞어서 편성을 한다.
벌써 청소년부는 4년여, 어린이부는 3년여의 기간 동안 통합교육을 해 오면서 노하우도 쌓였지만,
여전히 교회 내에서의 이런 형태의 교육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들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때론 통합교육을 진행하는 주체로서 어려움이 없는 것도 아니다.
여러 학년을 섞어서 하다 보니 눈높이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고
또 인원이 많다 보니 뭔가를 집중해서 하기도 쉽지 않다.
인원 문제는 통합교육의 문제라기보다는 부서실의 문제이니 논외의 사항이라 생각하고,
부모님들이 지적하는 것 중 하나가 사랑방(어린이부에서 반을 사랑방으로 부름) 모임 때
남자 아이들 간의 갈등 상황이 일어나는 것에 대한 것이다.

지난주에 심각한 것은 아니었지만 2학년과 4학년 남자 아이 둘이 티격태격하는 일이 있었다.
문제는 갈등의 상황이 아니라 선생님이 그 상황을 풀어보려고 하는 데서 발생했다.
2학년 남자 아이가 도무지 선생님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되려 그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의 분에 못 이겨 눈물을 지었고, 선생님을 째려 본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아이들의 입장에서 배려하며 이야기를 풀어 보려는 선생님이라도 황당할 수밖에 없었단다.
그래서 선생님은 일단 말귀를 알아듣는 4학년 아이는 타일러서 보내고 좀 더 지켜보며 이야기를 하다가
할 수 없이 밖에서 기다리는 엄마를 불러서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고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나오는 데 뒤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는 그 아이가 4학년 아이의 부당했음과
자신의 정당했음에 대해서만 변명을 하더라는 것이다.
사실 그 선생님이 지적했던 것은 그 아이가 선생님 앞에서 보인 태도였는데도 말이다.
아마 예측하건데 그 엄마의 성향으로 봐서 아들의 이야기를 맹목적으로 믿고
4학년 친구는 물론 선생님까지도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이 뻔하다.

그런데 이 이야기를 들으며 통합교육이 더 필요하다는 확신을 가지게 됐다.
2학년 남자 아이는 그 집의 '독생자'였다.
그래서 그 아이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은 뭐든 장애 없이 할 수 있는 환경 속에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 두 명 혹은 그 이상의 형제들이 함께 자라는 집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형제들이 많으면 동생들은 바르지 못한 행동을 할 때 형에게 제재를 받게 된다.
때로 부모님 몰래 얻어터지기도 한다.
그래도 자신이 옳았다면 부모님 앞에 형을 정정당당히 고발하는 과정을 거치며 형에 대한 정의의 심판을 내리게 할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형들이라고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지도 않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형들에게 형으로서의 의젓한 행동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하나보다는 둘이, 둘보다는 셋이 더 낫다.
형제가 많은 집의 아이들은 그 만큼 자신의 행동을 객관적으로 볼 기회를 많이 갖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집 밖에 나와서도 다른 친구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는 것을 볼 수 있다.

요즘 아이들 중에는 혼자인 아이들이 많다.
혼자가 아니더라도 부모들의 주 관심이 자녀들의 성품보다는 능력에 있다보니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적절하게 풀고 조절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집에서 더이상 접할 수 없게 되었다.
특히 하나밖에 없는 자녀들에 대한 부모들의 지나친 애착이 아이들의 성격을 외골수로 만들어 버린다.
아이들은 자신이 느끼는 욕구가 절대적이기 때문에 모두 받아들여져야 한다고 믿게 되는 것이다.

갈등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해소하는 능력의 부재가 더 심각한 문제이다.
그래서 통합교육은 필요하다는 것을 결론적으로 말하려고 한다.
집에서 경험할 수 없는 갈등들을 경험하는 장이 필요하고,
아이들이 그 갈등을 건강하게 풀어 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려면 부모의 지지와 협력이 필요하다.
아쉬운 것은 교회에서 아이들과 보내는 시간이 너무 짧기 때문에 좋은 기억만 남겨도 아쉬울 시간에
갈등 과정을 길게 끄는 것이 선생님들에겐 때로 상심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것을 부모들에게 어떻게 이해시켜야 할까? 또 하나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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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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