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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앙프라방으로 내려가는 슬로보트 안이 갑자기 소란스러워졌다. 한 여성이 뒤쪽에 있는 화장실 문에 손이 끼여 다치는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의사를 찾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순간 그 보트 안에 의사가 다섯 명이나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자 자신의 크고 작은 가방(키트)을 들고 뒤쪽으로 갔고, 응급처치가 이루어졌다. 다행히 부상이 심하진 않았던지 잠시 후 의사들은 속속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그 중 한 사람이 사진의 주인공인 캐나다 출신의 의사다. 뭐 내가 대화를 나눈 것은 아니고, 앞뒤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를 통해 그가 어디 출신인지를 알 수 있었다.

복도를 사이에 두고 옆 자리에 앉아서 하루 정도를 같이 이동했지만, 별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다. 보통 서양인들은 자기들끼리 어울리고 동양인에게 별 관심이 없다. 아마 예쁜 여성이었다면 말을 걸어왔을 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이틀 동안 한 배에 타고 루앙프라방에 도착해서는 각자의 숙소를 찾아갔다.

도착한 날 저녁에 나이트 마켓과 식당 등을 돌아다닐 때 같이 배를 타고 온 이들을 보게 되지만 아는 척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별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캐나다 출신 의사는 친해진 다른 서양인들과 함께 시장으로 들어서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너무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 "Hello! How are you?" 하며 나를 향해 환하게 웃으며 지나간다. '한 배를 탔던 인연'을 기억하고 있다는 너무도 강렬한 표현이었다.

우연이겠지만, 여행을 하면서 동양인인 나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준 사람은 거의 예외없이 캐나다인이었다. 일반화의 오류를 범한다고 비판을 듣는다해도, 난 캐나다 사람들이 제일 친절하고 잰틀하다고 말하고 싶다. 혼자 여행하는 남자 동양인을 따듯하게 대해준 고마움에서다. 

그들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지, 말을 잘 하는 지는 잘 모르겠다. 그러나 그들이 사람을 대하는 따듯한 태도를 높이 사고 싶다. 결국 생각보다, 말보다 더 중요한 것이 몸에 배어 있는 태도인 것 같다. 말 몇 마디 나누고 판단하기 보다 그와 함께하며 그가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지, 특히 무시할 수도 있는 작은 이들을 어떻게 대하는 지로 판단해야 하지 않을까.





이 사람도 슬로우보트를 타고 루앙프라방으로 함께 온 사람이다. 

들고 있는 악기는 스위스 것이지만 정확히 스위스 사람인지 프랑스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이 사람은 태국 빠이에서도 봤고, 치앙마이에서 치앙콩 오는 그린버스도 함께 탔으니까 

최소한 네 번은 같은 공간에 있었던 것이다.

치앙마이에서도 봤다고 했더니 더 반가워하면서 CD에 사인도 해주었다(구입함).

악기를 연주하며 여행경비를 충당하는 것 같았다.

바구니에 담긴 CD는 우리 돈으로 8,000원 정도 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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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의 작은 마을 박뱅은 어떤 여행 가이드북에도, 또 어떤 이의 블로그에도 그리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은, 아니 솔직히 다룰만한 소재가 없는 그런 곳이다. 여행을 시작하며 웬만한 도시의 숙소는 미리 예약을 하고 갔는데, 이 곳은 아예 이름 자체가 등록이 되어 있지 않아서 숙소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초보여행자로서 내심 걱정을 하고 갔는데, 전혀 그럴 필요가 없었다는 것을 슬로보트에서 내리면서 바로 알 수 있었다.

그저 사람들이 가는 대로 따라가다가 적당한 위치에 있는, 저렴한 숙소를 잡고 하룻밤 묵어가면 된다. 더 있다가라고 잡지도 않을 뿐더러 그럴 필요도 없다. 마을의 시작점에서 끝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이기 때문이다. 정말 훼이싸이에서 루앙프라방으로 가는 또 반대로 가는 슬로우 보트가 해가 떨어진 후 움직일 수 없어 하루 묵어가는 것으로 존재하는 마을이었다.

그런데 이 작은 마을 빡뱅이 이렇게 내 가슴을 설레이게 할 줄은 몰랐다. 너무도 작은 마을이고, 숙소는 더도 말고 딱 200밧(8,000원) 정도 수준이고, 식당은 하루 쉬어가는 나그네들에게 딱 맞는 허름한 인테리어와 소통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이런 마을에 하루가 아니라 며칠 묵어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콩강을 타고 내려오다, 또 거슬러 오르다 쉬어간 수많은 나그네들의 온기 때문일까.  

빡뱅에서 느낀 따듯함은 이후에도 불쑥불쑥 마음의 문을 두드렸다. 아, 여행의 참 맛은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부터 오는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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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보트 티켓은 훼이싸이에서 탈 때, 

여행사나 게스트하우스에서 예약할 경우 950밧에서 1,000밧 사이이고, 

루앙프라방에서 탈 때는 1,200밧으로 좀 더 비싸다. 

내가 사기를 당한 것이 아니라면 거슬러 올라가는 배가 더 비싼 것이 아닐까 한다.

훼이싸이에서 루앙프라방을 오가는 슬로우보트의 의자가 편한 의자로 바뀌었다. 

폐차하는 승합차에서 모아온 의자들이다. 

승객의 수에 따라 의자의 수나 배열이 다른 보트를 탈 수 있다. 

아래 사진은 거의 만석 수준으로 꽉꽉 채워 놓았을 때의 의자 배열이다. 

다리긴 서양인들은 많이 불편할 듯 하다.


보트 뒤편에 간이 매점이 있는데 많이 비싸다고 보면 된다.

맥주나 스넥을 팔고, 먹을만한 컵라면도 있는데, 모두 태국 것들이다.



빡뱅 입구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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