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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차, 아헤스에서 부르고스 가는 길 23.7km(2) 


길 옆에 알베르게 홍보를 위해 세워둔 폐버스. 한국사람들이 많이 오긴 오는가 보다.


까르떼뉴엘라에 있는 온갖 것을 짊어지고서 편한 쉼을 그리며 걷고 있는 순례자를 풍자한 벽화.


부르고스에 들어왔는데 여전히 시내는 멀다.



부르고스 구도심 길바닥의 가리비 모양.


부르고스 알베르게로 향하는 길, 아빠와 함께 가던 꼬마가 카메라를 보고 포즈를 취한다. 귀여워~


까미노 초반 알베르게에 들어가서 매번 짐을 꺼냈다 넣었다 하는 일이 무척 번거로웠다. 어떻게 이 짓을 매일 할까. 그냥 몽땅 꺼내 두고 사는 일상이 그리웠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짐이 줄어들었다. 최소한으로 가져온 것인데도 말이다. 그러다보니 넣었다 뺐다 하는 일도 수월해지는 거다. 나중엔 순서대로 넣는데 눈을 감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 삶을 위해 필요한 것이 이리도 적을 수 있는데, 삶이 이리도 단순해 질 수 있는데, 늘려가는 것인 줄만 알고 살았다니. 
지난 해 일을 그만두면서 세간들을 주변에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었지만 남아 있는 것들을 생각해 보면 나 한 사람을 위한 것으로는 여전히 많은 양이다. 만약 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걷는다고 상상하면 매일 꺼냈다 넣었다를 반복한다는 것은 거의 재앙 수준이다. 한 때 필요했지만 이제 사용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버리거나 필요한 이에게 주는 것이 맞다. 쥔 것이 많을수록 그것을 지키는데 에너지를 쓰느라 주변을 보지 못한다. 인생, 나이를 먹을수록 외적인 것 소유를 늘려가기 보다 줄이고, 내적인 것 마음의 크기를 키워야한다. 

이별한 문건들- 습식 스포츠타올 작은 것-론세스바예스에서 버림/ 동그란 도시락통, 휴대용 다용도 칼-아조프라에서 버림/ 장갑, 바세린50ml-수비리 입구에서 길벗에게/ 휴대용 작은 깔개-로그로뇨에서 버림/ 양말1족-로그로뇨에서 잃어버림/ 등산용 손수건-보아디아에서 길벗에게/ 그밖에 음식류-하루 이틀 지나며 자연스럽게 줄어듦
201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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