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차, 부르고스Burgos







부르고스 대성당. 워낙 커서 작은 카메라엔 잘 잡히지 않는다.



씨에스타! 그 많던 사람들이 흔적도 없다.


까미노 13일차, 드디어 도시다운 도시를 만났다. 빰쁠로나, 로그로뇨 같은 작지 않은 도시도 지나왔지만, 부르고스는 명실공히 대도시라 할 만하다. 도시 자체도 크고, 사람도 많이 살고, 볼거리도 많다. 부르고스 대성당은 스페인에서 두 번째로 크고, 성당 아래에 그 유명한 엘시드의 유골이 안장되어 있다고 한다. 가이드북에는 하루를 더 지내며 그간의 여독을 풀고 앞으로 500km이상 더 걷기 위한 에너지를 충전할 것을 권한다. 부르고스에 도착하기 전에는 살짝 고민을 하긴 했다. 그런데 막상 부르고스에 도착하고 보니 그러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그렇다고 부르고스 자체가 마음에 안들었던 것은 아니다. 좀 더 머물며 꼼꼼하게 살펴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으니까. 하지만 순례자에게 큰 도시가 주는 의미는 좀 달랐다.
일단 도시가 갖고 있는 특성, 소란함이 가장 가깝게 다가왔다. 그리고 볼거리가 많다는 것 또한 호감을 주지 않는 점이었다.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그 답답함의 이유, 그 소란한 소리들은 순례자의 귀를 안에서 밖으로 끄집어 낸다. 볼거리가 많다는 것, 관광객이라면 반길만한 일이지만 순례자의 시선 또한 안에서 밖으로 유인하고, 도시의 이 곳 저 곳을 배회하게 해서 쉬지 못하게 한다.
어찌 순례자만 그럴까. 오늘날 사람들이 도시의 편리함을 선호하고 누리지만 그 소란함과 복잡함에서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안으로보다는 밖으로의 삶에 치우쳐 있지 않은가. 그리고 한시도 멈추어 있지 못하고 도시의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리고, 심지어 가만히 있을 때도 스마트폰의 화면을 바꾸어가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느라 쉼의 시간을 잃어버리고 있지 않나. 그렇게 귀와 눈을 빼앗겨버린 사람들이 소위 문명인들이다. 그러니 오늘의 문명의 상징, 도시는 순례자는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득이 아닌 실이요, 그 여정의 방해꾼이다.
그래서 대도시, 부르고스에는 하루도 더 머물고 싶지 않았다. 다시 까미노를 가게 된다면 더 작은 마을들 중심으로 머물 곳을 잡으리라 다짐했다. 오늘 삶을 위해 짐을 줄이듯 도시도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닐까.
2013.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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