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은 에니어그램과 함께한 한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에 2008년 에니어그램 교육일정을 모두 정하고 참가비까지 입금하고 밀어 붙였다.
그렇게 해서 결국 지난 10월에 지도자과정까지 모두 마치게 되었다.
그래서 에니어그램을 마스터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말하겠지만 최소한 나는 에니어그램이라는 것이 실체가 없다고 생각한다.
에니어그램은 누군가 그 앞에 섰을 때 형체를 보여주는 거울과 같은 것이라 할까.
그러니 에니어그램은 도구이고 그 앞에 선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서 전혀 다른 모습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에니어그램을 잘 알게 되었다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자기 자신을 잘 알게 되었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이 말의 연장선상에서 얘기하면, 나에 대해서 알아가는 과정이 끝나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그러니 에니어그램을 여전히 잘 모르겠다고 하는 말이 맞는 표현이라는 거다.

그런 차에 지난 목요일과 금요일에 에니어그램 첫 번째 강의를 하게 되었다.
그것도 마산까지 내려가서 말이다.
물론 마산이나 되니 에니어그램에 대해 배우겠다고 나를 부를지 않았겠나.
아무튼 강의를 가겠다고 약속하고 날짜가 좁혀들수록 감당하기 어려운 압박감에 시달려야 했다.
3번 유형! 나의 유형인데, 이 유형은 뭐든 잘 하기를 원하는 데 문제는 잘 못할 것 같은, 그러니까 실패할 것 같으면 회피하려 드는 바람에 날짜가 임박해 올수록 안 하면 좋겠다는 쪽으로 마음이 흐르는 거다.
그래서 정말 한 주 전에는 전화를 해서 혹시 취소할 상황은 아닌지 확인까지 하고 말았다.
그러나 변경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난 후 약간의 절망과 함께 다급해진 마음에
있는 자료, 없는 자료 모아서 강의안을 만들고, 파워포인트 슬라이드를 만드느라 며칠 밤을 지새웠다.
왜냐면 잘 해야 하니까. 잘 하려면 준비를 잘 해야 하는 거고.

강의를 준비하면서 7번 유형의 목사님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얻었다.
나는 잘 짜여진, 잘 준비된 상태에서 많은 내용을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 목사님은 내용보다는 몸으로 느끼는 것이 더 좋다는 것이었다.
어차피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강의만 듣고 가게 되면 남는 것이 없다는 얘기였다.
물론 7번 유형들은 낙천주의자이고 재미를 추구하기 때문에 강의를 해도 그리 부담을 서로에게 지우지 않고 즐겁게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나도 나의 장점과 그 목사님의 이야기를 받아들여서 체험하는 것을 중심으로 해서 내용을 담아내기로 했다.
물론 또다시 강의안을 뒤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떻게 하든 진행해야 할 내용을 꼼꼼하게 담아가야 한다는 것이 내 주의니까 말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두 시간 반 씩 두 번의 강의를 했다.
웜업을 위한 게임들과 그룹작업을 적당히 넣어서 내용을 몸으로 체험하게 했다.
막상 진행하면서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많은 내용도 필요하지 않고,
걱정했던 것과 같은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유익했다는 나름대로 좋은 반응도 얻을 수 있었다.

그러니 문제는 항상 나에게 있다.
에니어그램의 목표점이 하나님의 자유하심과 같이 자유로워지는 것이라면,
난 나를 알아가고는 있지만 자유로워지는 것에는 아직 턱없이 먼 여정을 남겨두고 있다.
실패를 회피하고, 잘 해야 한다는 것에 집착하고 있는 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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