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를 대자면 휴가도 있었고, 바쁘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레위기는 들여다 보고 있어도 별로 생각이 진전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제사의 순서들을 설명하는 것도 무의미할 것 같고...
그래도 읽고 또 읽고, 집중하다보면 나름 창조적인 영감이 주어지기도 한다.
그것이 부스러기 한 조각 같더라도 솜사탕처럼 달콤하다.

사람의 일이 아니다.

레2

1 누구든지 소제의 예물을 여호와께 드리려거든 고운 가루로 예물을 삼아 그 위에 기름을 붓고 또 그 위에 유향을 놓아

2 아론의 자손 제사장들에게로 가져갈 것이요 제사장은 그 고운 가루 한 움큼과 기름과 그 모든 유향을 가져다가 기념물로 제단 위에서 불사를지니 이는 화제라 여호와께 향기로운 냄새니라

3 그 소제물의 남은 것은 아론과 그의 자손에게 돌릴지니 이는 여호와의 화제물 중에 지극히 거룩한 것이니라


속죄제, 화목제, 속건제가 목적에 중점을 두었다면 번제와 소제는 그 방법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번제가 짐승을 불살라 드리는 것이었다면 소제는 곡식을 드리는 제사입니다.

물론 번제를 모든 것을 드리는 헌신의 뜻을 담은 제사라고 합니다.

소제 역시 그 제물의 특성상 추수감사의 때나 짐승을 잡기 어려울 때 주로 드리는 제사였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소제는 곡식을 드리는 제사인데, 특별히 낱알을 그대로 드리는 것이 아닌 고운 가루여야 했습니다.

굽든 부치든 삶든 간에 그 근간은 고운 가루여야 합니다.

들녘에서 거두어들인 곡식들을 맷돌에 정성스럽게 가는 모습을 상상해 보십시오.

가루도 그냥 가루가 아닌 ‘고운’ 가루여야 했다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요즘처럼 방앗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돌도 곱게 가는 믹서가 있는 때도 아닌 그 때 고운 가루를 만들기는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마 그 때의 기준이 지금의 밀가루 정도를 요구하지는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바치는 사람의 정성 그리고 제사장의 꼼꼼함의 정도에 따라 고운 정도는 달라졌을 것입니다.

많지도 않은 곡식 중에서 갈고 또 갈아서 고운 가루를 만들어 오는 사람들의 정성이 소제를 가능하게 하는 것입니다.


또 하나의 특징은 소제는 번제처럼 전체를 드리지 않고 기념할 정도의 양만을 드리고

나머지는 아론의 자손들이 먹는다는 것입니다.

‘아니 왜 그걸 제사장들이 먹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하나님께서 제사장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나님께서 백성들이 제사장들을 어느 정도로 생각해 주기를 바라는 지,

또 제사장들 스스로 어떤 자의식을 가져 주기를 바라시는지를 짐작해 볼 수 있게 하는 대목입니다.

하나님께서는 백성들이 제사장들을 소중히 여겨주기를 바랐습니다.

그 마음 그대로 하나님 역시 제사장들을 따듯한 시선으로 보고 계신다는 것이고,

제사장들은 하나님께 바쳐진 것을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먹으며 자신들의 직임을 감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단순히 특권으로 여길 때 아론의 두 아들이나(레 10장) 엘리의 두 아들(삼상 2장)과 같은 그릇된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니 성막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를 할 때 사람을 생각하고 하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제물을 준비하는 사람은 하나님께 바치는 것이고, 그 것을 먹게 되는 사람은 하나님이 주신 것으로 받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미 그 과정에서 그들의 마음을 가감 없이 제물로 받으셨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런데 만약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이렇게 열심히 만든 것을 어느 제사장이 먹을까?’라고 생각한다든지,

‘이 가루는 누가 만들어 온 거지?’ , ‘누가 많이 가져왔지?’라는 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제사의 순수성은 사라지는 것입니다.

 생각하기 시작하면 소제의 순수성은 사라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것을 주께 하듯 하라는 말씀이 여기서 통하게 됩니다(골 3:23).


흔히 교회에서 주어진 일을 하면서 그 행위를 사람을 의식해서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람으로부터 대가를 받으려 할 뿐만 아니라 반대로 사람들 때문에 상처받고 교회 전체를 판단합니다.

또 사람을 의식해 자신이 감당해야 할 역할을 축소하거나 심각하게 사기를 잃기도 합니다.

어느 쪽이든 ‘하나님’의 부재에 대해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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