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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에 내려오면서 한 가지 놀란 부분이 있는데
이웃집들을 가보면 마당을 콘크리트로 포장을 해버린 것이다.
포장을 하더라도 일부만 하고 흙을 살렸으면 좋겠는데 흙은 전혀 보이지 않게 덮어 버린 집도 있다.
그것도 조금 여유가 있는 집들이 그렇게 하고 있는 것을 보게 된다.
비가 오면 흙바닥이 질어져서 그런가?
아니면 잡풀이 나는 것이 싫어서 그런 것인가?
아무튼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개를 키우면서도 그렇다.
바닥을 콘크리트로 포장을 하고 거기에 말뚝하나 박고, 개집을 올려놓는다.
똥을 치우고 물로 청소하기도 좋고, 깨끗해 보인다.
그런데 문제는 냄새다.
물로 청소를 하는 일도 번거롭거니와 그렇게 한다고 해도
오줌은 스며들기 마련이고 은근하게 악취를 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개장이 있는 주위에서는 역겨운 악취가 심하게 풍긴다.
그런데 그냥 흙바닥에 개를 기르면 한결 악취가 덜하다.
똥은 치우지만 오줌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는데도 말이다.
내 생각에 아마도 흙에 그 이유가 있는 것 같다.
흙이 개의 배설물들을 처리해서 흙으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일 것이다.
흙이 포함하고 있는 수많은 미생물들이 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반면 콘크리트는 아무런 작용을 하지 않고 축적해 버리니까 악취가 나는 것이리라.

흙은 살아 있고, 콘크리트는 죽었다.
살아 있는 땅은 살리는 에너지를 발산하지만,
콘크리트는 죽었기 때문에 죽음을 넓혀 갈 뿐이다.

내가 밟고 서 있는 곳은 살아 있는가, 죽어 있는가?

2005.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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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쇠스랑으로 땅을 파다보면 내가 흙이 되고, 흙이 내가 된다.

‘이 흙은 언제부터 여기 있었을까’를 물어보면,
‘나는 언제부터 있었지?’라는 물음이 자연스레 이어진다.
여기 이곳에서 숫한 해를 보냈을 이 흙들이 나보다는 훨씬, 아주 많이 선배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 선배님들을 선배대접하지는 못할망정
풀이 많네, 돌이 많네 하며 투덜거리기만 했으니.
나는 그러고 보면 참 버릇없는 후배다.

어쩌면 난 이 흙들보다도 더 거친 흙일지도 모르는데...
하나님께서 이 거친 흙을 갈면서 얼마나 손목이 아프실까?
아니 어쩌면 돌들이 섞여 있고, 풀들이 빽빽이 자라도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시며,
내가 스스로 갈아엎어 가기를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른다.
앞집 할머니 같으면 제초제 뿌려서 씨를 말려 버리셨겠지만,
우리 하나님은 생태주의자시니 그런 모진 짓은 못하시고,
답답하지만 참아 기다리실 거다.

흙은 참 마음이 넓다.
나도 받아 주었으니...
아니다.
나도 흙이다.
너무 늦게 돌아온 것일 뿐.

내가 흙이고, 흙이 나다.
“여호와 하나님이 에덴동산에서 그 사람을 내어 보내어 그의 근본된 토지를 갈게 하시니라” 창3:23

2005. 5.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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