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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한 후배가 학교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앞에 앉아 있는 선배에게
“형! 맛없어서 못 먹겠어요” 했다.
그랬더니 그 선배 하는 말 “야 그냥 집어넣어 둬”하더란다.
참 재미있어서 생각할 때마다 웃는다.
물론 정말 맛없는 학교 밥을 생각하면 답답하지만...

먹는 것과 집어넣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짐승들에게 아침저녁으로 먹이를 주다보면
먹는 놈이 있고 집어넣는 놈이 있다.
비슷하기는 하지만 차이를 찾는다면 소리(♀, 풍산개)는 천천히 맛을 느끼면서 먹는 것 같고,
토리(♂, 삽삽개)는 정신없이 입으로 집어넣는다.
닭과 오리를 비교하면 닭은 부리 구조상 물이든 모이든 조금씩 먹는 반면
오리는 넓은 부리(주둥이라고 해야 하나?)로 게걸스럽게 집어넣는다.
고양이는 특히 맛에 민감하다.
비린 생선이나 고기를 넣어주면 특유의 소리를 내며 먹는다.
먹이 주고 물주고 정신이 없지만 이놈들 관찰하는 것도 재밌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 사람은 먹는 것인가, 아니면 집어넣는 것인가?
당연히 먹는 것이라고 말할 것이다.
그 먹는 것, 맛있는 것을 먹는다는 것을 빙자해
방방곡곡 식당이 없는 곳이 없고,
또 그 오염은 이루 말 할 수 없다.
그 뿐인가 맛있는 먹거리를 위해 지불되는 비용은 얼마나 될까.
호텔에서 먹든 분식집에서 먹든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아지는 것을.

음식의 맛보다는 음식을 대하는 멋이 더 필요하다.

나도 너무 맛만 찾지 말고
에너지 보충을 위해 집어넣어야겠다.

2005. 6.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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