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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차, 온따나스에서 보아디야 가는 길 29.5km(3)


메세따 지대에 오르자마자 뒤돌면 멀리 까스뜨로헤리스가 아련하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벨지움 아주머니

처음엔 약간 까칠한 듯 했는데, 보면 볼수록 푸근한 분이었다. 아소프라에서 한국인 순례자들끼리 저녁을 지어먹다가 스파게티에 관심을 보이자 선뜻 크게 한 그릇과 포도주를 뚝 내미는 따듯한 마음씨를 가지신 분이었다. 특이한 것은 한국의 할머니들처럼 유모차 같은 것에 짐을 싣고 밀면서 까미노를 완주하신 것. 아저씨는 내내 물집으로 고생을 하는 것 같았다. 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에서 다시 만났을 때 얼마나 반가웠는지, 너무도 기뻐 얼싸안으며 인사를 나눴다.





산 니꼴라스 예배당과 알베르게, 건물이 주는 매력만큼이나 특별한 운영으로도 마음을 끌었던 곳이다.

더 가야해서 지나쳐갈 수밖에 없어 조금은 섭섭했다. 이 곳을 포함해 그라뇬 San Juan Bautista와 또산또스 San Francisco de Asis에 특별한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알베르게가 있다. 한 곳에도 머물지 못한 아쉬움이 크다.


엔 엘 까미노, 보아디야에 있는 사설 알베르게.

아래 사진들처럼 잔디 정원과 작은 풀과 철로 만든 조형물들이 인상적이다.





메쎄따 구간을 걷다가 다시 내리막에 접어들 때, 저만치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작은 점으로 보인다. 사람, 길 위에서 참 작다. 그 작디작은 사람들이 아귀다툼을 하며, 서로 위에 오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세상이란... 대자연 앞에, 신 앞에 좀 더 겸손해져야 하지 않을까. 자신이 얼마나 작고 보잘 것 없는지를 어서 빨리 깨닫는 것이 지혜다. 그럴 때 '내'가 아닌 '그 분'이 움직이신다는 것을, 이미 처음부터 그 분만이 움직이고 계셨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멈추지도 않고, 주변을 눈여겨보지도 않기에 오늘도 인생들은 깨닫지 못한다. 

2013.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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