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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15. 15:50
지난 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소위 말하는 노가다라는 것을 했다.
귀농학교 동기 중에 괴산에 사시는 분이 집에 일거리가 있다고 하셔서 어떨 결에 가게 되었다.
일은 옥상에 설치되어 있는 비닐하우스를 뜯어내고
파이프들을 견고하게 부착시키려고 사용한 시멘트 블록을 떼어내는 작업이었다.
얼핏 보기에는 손쉽게 해치울 수 있는 일거리 같았는데
막상 일을 시작하니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이게 정말 노가다구나’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기술자들은 정해진 어떤 일을 한다.
하지만 밑에서 잡부(일본어로 시다라고 하던가?)는 기술자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어떤 일이든 하게 된다.
바로 그것이 노가다이다.
우리는 주로 집을 짓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노동일을 한다고 하거나 노가다를 한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집을 짓는 일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기술자를 도와 잡일을 하는 것을 노가다라 할 수 있겠다.

아무튼 내가 한 일이 기술자를 돕는 일은 아니었지만,
비닐과 천막을 걷어내 접어놓고,
파이프를 뽑아 한 쪽에 정리해 두고,
블록 사이에 넣어둔 모래 퍼내고,
블록을 망치와 정으로 깨뜨려 자루에 담아 마당으로 내리는 일이었으니
노가다도 이런 노가다가 없는 거다.

아무튼 정의 머리를 때려야 할 망치가 왼손을 수차례 때린 후에야
겨우 옥상의 구조물이 깨끗하게 사라지게 되었다.
어깨에 멍이 들고, 팔은 저리고, 이튿날 아침에는 손도 퉁퉁 부어 잘 쥐어지지도 않았다.
그리고 급기야 토요일에는 몸살이 나서 열이 펄펄 끓는 지경까지 발생했다.
덕분에 ‘농사를 짓겠다고?’, ‘일은 무슨 일이냐?’하시는 어머니의 한숨석인 걱정도 듣게 되었다.

정말 그 노가다 때문에 몸살이 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결국 ‘정직한 땀 흘림’이라는 것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내가 지금까지 가지고 왔던 의식뿐만 아니라 내 육체와의 싸움 말이다.

난 오늘도 ‘노가다’를 했다.
늘어난 견공들을 위해 개집을 대대적으로 보수 확장했다.

2005. 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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