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22. ABC트레킹 다섯째날-여섯째날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 3,700)


느린 걸음이라도 멈추지 않고 계속 가다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다.

막상 도착해 보면 별로 늦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라릿은 이런 나의 걸음에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잘 걷는 법이라고 격려한다. 

그렇게 걷고 걷다보니 멀게만 느껴지던, 아름다움에 경탄했던 그 마차푸차레가 바로 코 앞이다.

왜 세계 3대 미봉에 속하는 지, 또 네팔 사람들이 신성하게 여기는 지 알 거 같다.

한낮의 태양 아래서도 아름답지만, 석양을 마주할 때의 마차푸차레는 경외감마저 불러일으킨다.

내가 이런 광경을 봐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였다.

 

오후 3:30,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 롯지는 한산했다.

앞서 간 이들은 어디 있을까. 대부분 ABC까지 갔다가 머물지 않고 저녁에 내려온다는 얘기.

2시간만 더 올라가면 그 곳이니 일찍 도착했으면 당연히 갔다오는 것이 맞을 거다.

욕심을 부려서 더 올라갈 수도 있겠지만 그러고 싶지 않았다.

오늘 나의 여정은 여기까지다.

나에겐 내일도 있으니 오늘이 마지막인것처럼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한 시간 정도 지나자 어제부터 벗이 된 형님이 도착했다.

라릿이 말했는지 방을 함께 사용하도록 배정이 되었다.

서로의 걸음을 격려하며 또 이후의 일정에 대해서도 이런저런 정보들을 교환할 수 있어 좋았다.

여행 중에 만나 한 부분을 나누는 벗들을 사귀는 것이 참 신기한 일이다.

까미노의 길 위에서도, 시베리아횡단열차 안에서도 그랬듯,

여기 ABC 베이스캠프 트레킹에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함께 저녁을 먹으러 식당에 갔는데, 어제 히말라야 호텔의 식당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북적였다.

히말라야 호텔에서 올라온 이들과 ABC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합쳐져서 그런 것일까.

한국 사람들도 더 눈에 띄었고, 목적지에 다 다다라서 이런저런 중요한 정보들을 들을 수 있었다.

미리 알았더라면 고생을 좀 덜 했을텐테 싶은 것들도...

특히나 가벼운 먹거리들을 챙겨왔다는 얘기에 아차 싶었다.

내가 이번 트레킹을 너무 쉽게 생각하고 왔다는 뼈아픈 반성을 하게 했다.

약품과 먹거리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것은 정말 말도 안되는 실수라 해야 할 거다.

그럼에도 이렇게 MBC에 앉아 있다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으니 또 기막힌 일이고 말이다.

아무튼 고도에 걸맞게 4~5도까지 내려가는 숙소의 추위를 견디며 잠을 청했다.

 

 

미차푸차레 베이스캠프

 

 

석양에 물들어 아름다움을 뽑내는 마차푸차레

 

저만치 내일의 목적지인 안나푸르나 남봉이 보인다.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