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0일에 고려대를 자퇴하며 대자보를 붙였던
김예슬의 그 때 그 선언이 작은 책으로 출판이 되었다.

대자보에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담아냈다.
어느 한 구석도 빼놓을 수 없을만큼 놀라운 필력으로 써내려간 글이다.
사실 좀 화도 났다. 이렇게 어린 친구가 이런 생각을 하고 또 글을 쓰다니...

내용을 요약하려는 것은 아니고,
이 책을 손에 들고 며칠을 씨름하며 나의 오늘을 많이도 반성하고 있다.
오늘 나의 선택은 무엇이어야 할까?

만약 내가 20대로 돌아간다면 이 친구처럼 할 수 있을까?
아마도 쉽지는 않을 거다.
최소한 이렇게 알려지고 힘을 얻지는 못할 거다.
어쨌든 고려대 학생이라는 프리미엄이 있으니 가능한 얘기일수도 있으니.
고려대생의 선언이니까.. 하며 폄훼하려는 생각은 없다.

아무튼 내가 20대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것이 있다.
양심적병역거부다.
김예슬의 선언을 보면서도 부끄러움을 많이 느꼈지만
종교적 신념(여호와의 증인) 때문도 아니면서 평화라는 가치를 지키기 위해
병역을 거부하며 불이익을 감수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한 없는 부끄러움을 이미 경험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 나도 거부한다.
일상 속에 만연한 무감증과 무력함, 그리고 진리를 외면하고 물질을 숭배하고
숫자 놀음에 파묻혀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현실을.
그리고 생각은 리버럴하지만 생활은 급진적이지 않다고 자랑스럽게 얘기했던 나 자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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