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남비'에 해당되는 글 1건

자선남비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1:06
구세군 자선남비를 보면 왠지 쑥스러워서 피해가곤 했다.
그런데 내가 빨간 옷을 입고 종을 치게 되다니.
좋은 일, 뭔가 주는 일에는 용기가 더 필요하다.
그래서 종만 치고, '불우이웃을 도웁시다'라고 말만 하는 것보다는
위험성은 있지만 지나가는 사람을 거의 지목하다시피해서 '아저씨, 좋은 일 하세요!'라고 하면
가던 길을 돌아서 머쓱한 표정으로 다만 천원 한 장이라도 넣고 간다.
물론 이건 넉살 좋으신 할머니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만약 젊은 사람이나, 사관님이 그랬다가는 욕먹기 쉽상이다.

아무튼 내가 구세군 자선남비 봉사를 하게 될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다.
상주에 내려와서 동네에 있는 교회가 구세군 교회여서 어머니께서 출석하게 되셨고,
지난 화요일이 어머니 구역의 담당이라 큰 맘 먹고 함께 가게 된 것이다.
사실 어머니도 '내가 왜 가냐?"하시던 일인데, "좋은 일인데 가보자"로 바뀌었고,
나도 "한 번 가볼까!"로 바뀌게 되어 가능해진 일이다.

추워질수록 어려운 이들의 삶은 더 힘들어지지만,
반면 적선하는 마음도 또한 더 커진단다.
구세군의 자선남비 봉사가 추울 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오늘도 이웃 구역의 할머니들과 사관님은 종을 치며, '불우이웃을 도웁시다'를 외치고 계실 것이다.
좀 더 많은 이들이 마음의 문을 열었으면 좋겠다.
다음 주에 한번 더 나가 볼까 한다.
이 겨울 나에게 있어 최소한의 봉사가 될까...

2005.12.15.

'깨어살리 > 돌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무 흔해서  (0) 2006.10.26
눈 치우기  (0) 2006.10.26
안심  (0) 2006.10.26
함정  (0) 2006.10.26
피터 드러커를 기리며  (0) 2006.10.26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