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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 오후에 교회 마당에 세워진 차에 몇 가지 짐을 넣어 두려고 문을 여는데
초등부 꼬마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오더니
‘전도사님! 차가 왜 이거예요?’하는 거다.
순간적으로 ‘이 차가 어때서!’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웃으면서 별 이야기는 하지 않고 차 문을 닫고, 꼬마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신기하게 보일만 한 것 같다.
아이의 입장에서 전도사님이 승용차도 아니고,
최소한 스타렉스 정도도 아니고, 트럭(화물차)을 몰고 다닌다는 것이.
만약 내가 그 입장이었어도 그렇게 말했을 것 같다.

처음에 교회에 차를 몰고 가서는 걸어서 5분 거리 정도 되는 멀찍한 곳에 차를 세웠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좀 먼 것 같아서 2분 정도 거리에 세웠고,
또 좀 지나서는 교회 건물 건너편에 있는 교회주차장에 조심스럽게 세웠다.
그리고 여름성경캠프 때 짐을 나르게 되면서 아예 교회 마당에 주차하게 되었다.
볼 사람은 다 봤으니 자신 있게 대기 시작한 거다.
주일 아침에 교회 마당으로 차를 몰고 들어가는데
관리집사님께서 주일에 교회 마당에 트럭은 주차 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손짓을 하시다가
‘어! 전도사님이네’하며 웃으실 때도 있었다.
아무튼 그 이후로는 별 일이 없는 한 거리낌(?)없이 교회 마당에 주차를 한다.

전도사가 트럭을 몰고 다닌다는 것이 어떻게 생각하면 별 일 아니지만,
기존 교회의 상식으로는 아마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을 거다.
우리 부서 선생님들도 그러했겠거니와 말은 안 해도 다른 성도들도 그랬을 것이다.
몰고 다니는 입장에서야 농촌 생활에서 더없이 유용한 차가 화물차이고,
운전하기도 어떤 차보다도 편하니 아주 좋은 교통수단인 셈이지만 말이다.

‘전도사님 차가 왜 이거예요?’라고 묻는 꼬마에게 대답할 말이 생각났다.
‘멋있잖아!’

20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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