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율배반'에 해당되는 글 1건

어떤 집단 속에서 이루려고 하는 목표를 위해
그 목표가 추구하는 가치가 무시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면서
정작 그 집단 안에는 자유도 민주도 없는 것이다.
거의 공산당을 방불케 한다.

개인의 다양성과 자율성을 외치면서
내부에서는 획일적 가치를 주입하고, 강요하기까지 한다.
이율배반이다.

사학법의 재개정이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를 떠나서
기독교 학교가 가진 나름대로의 목적, 가치를 지켜내려는 시도 가운데
목회자들이 삭발을 했다.
이름만 대면 다 알만한 유명한 교회의 유명한 목사님들에서 총회장님까지
장삼만 걸치면 스님이라 할만한 모습을 하셨다.
여기까지야 뭐 당신들의 이해관계도 있으시고, 정치적인 차원도 있고, 상징적인 위치도 있고, 또 교인들을 위한 메시지 차원에서 '그렇게 까지...'라고 넘길만 한데,
급기야 당신들이 목회하는 교회 전임교역자들을 삭발케 했다는 소식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했다.

당신들 혼자 깎고 다니니 외로우셨나? 억울하셨나?
혹 그 안에 삭발이라도 하고 싶을 만큼 사학법 재개정에 대한
투철한 의식을 가진 이도 있었을 것이지만
내 소견으로는 대부분은 삭발까지 하는 데까지 동의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솔직히 별 관심이 없다고 해야 맞을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이는 폭력이고, 인권유린이다.
삭발을 한 부교역자들 중 누구도 인권위원회에 제소할 사람도 없고,
물론 끌려가서 삭발 당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찍소리'도 못하고 깎으라니 깎은 사람들의 심정이란 어땠을까.

소신도 없이 시키는 데로 하냐고 비난 할 수도 있으나,
생각해 보면 그들은 결정적으로 약자일수밖에 없다는데서 한숨을 지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해 가는 일들이 대충 이렇다.
자유, 사랑, 평화를 내 걸고 있지만
삶의 내용은 전혀 그렇지 않다.
가깝게 아내에게, 자녀에게 물리적인 것까지는 아닐지라도
폭력적이고 일방통행적이다.

그것이 크던 작던 가시적이든 그렇지 않든
힘은 어디로든 흐르게 되어 있다.
할 수만 있다면 그 힘이 힘 없는 자들을 위해 사용되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힘 없는 자들이 조금이라도 기를 펴고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