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부내륙고속도로'에 해당되는 글 1건

몇 일간 서울, 아니 양수리를 다녀왔다.
차를 황간역 앞에 주차해 놓고 버스를 타고 올라갔다가 버스타고 다시 내려왔다.
이전까지는 황간과 서울을 오가는 버스가 40분 간격으로 있었는데,
몇 일 전에 세 번으로 줄어들었단다.
중부내륙고속도로 덕분에 발생한 일이다.
처음에는 모서면에 있는 터미널의 버스가 하루 세 번으로 줄어들고,
이제는 황간까지 세 번으로 줄어들었다.
그리고 이미 기차는 KTX가 운행을 시작하면서 무궁화호가 하루 세 번만 다닌다.
아무튼 세 번이 최후의 보루인 샘이다.

이런 일련의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것인지.
KTX가 생겨서 전국이 몇 시간의 생활권으로 바뀌었고,
중부내륙고속도로가 생기면서 내륙의 교통에 획기적인 전기가 열렸는데,
실상 이 곳은 더 열악해 지고 말았다.
일이 있어서 서울이나 다른 곳을 가더라도 몇 편 되지 않는 버스나 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해 서둘러야 하고,
조금만 시간을 잘못 맞추면 대전으로 가서 한참을 기다려 차를 갈아타고 와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속도가 빨라지면 자주 멈출 수 없고,
길이 잘 뚤리면 옛 정거장은 잊혀지게 되는 법인가 보다.

개발을 통해 주목받는 곳이 생기면 소외되는 지역은 그 몇 배가 된다.
그 개발주의자들의 기치였던 ‘속도’는 이들에게 오히려 저만치 남의 일이 되어버린다.


사람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누군가 빼어난 능력을 발휘해 두각을 나타낸다는 것은
결국 그의 몇 배의 사람들이 그의 그늘 아래 머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귀함을 발견하고 소중하게 여길 수 있어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서 너무 한 사람에게 집중하고 마음 쓰는 일을 그만 두었으면 좋겠다.
가까이에 있는 한 사람 한 사람, 작아 보이는 존재까지도 사랑하고,
그들과 소통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보면 좋겠다.
시선을 너무 빨리 돌려서 그 누군가의 존재를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2005. 7. 14

'깨어살리 > 돌소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공존  (0) 2006.10.16
살아 있는 것과 죽은 것  (0) 2006.10.16
심으려면 뽑아내야 한다.  (0) 2006.10.16
똥묻은 이야기  (0) 2006.10.16
먹는가, 집어 넣는가?  (0) 2006.10.16
블로그 이미지

dolsori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