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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고추모종을 주셨던 선배님께서 팥 모종을 주셔서 밭에다 옮겨 심었다.
아버지께서 거의 매일 오셔서 풀을 맨 밭인데도 조금만 방심하면 풀이 잔뜩 자라니
모종을 심는 것인지, 풀을 뽑는 것인지 분간할 수가 없다.
모종 하나를 심으려면 대충 열 개 이상의 풀을 뽑아야 하는 것 같다.
그러니 진도도 안 나가고 쪼그리고 앉아 있는 다리만 아프다.
하도 느리게 하고 있으니 멀리서 들깨 모종을 심고 계시던 아버지께서 오셔서 신속하게 풀을 매주셨다.
하여간 4개월여의 기간 동안 아버지는 풀매는 데는 전문가가 되신 것 같다.
제초제 사용하지 않고 이만한 넓이에 밭을 일굴 수 있는 것은 모두 그 덕이다.

이 뽑혀야 하는 풀들을 잡초라고 불리는 것은 사람 중심의 사고이긴 하지만
이놈들이 얼마나 번식력이 좋은지 모른다.
반대로 작물들은 관리해 주지 않으면 잘 자라지도 못하고,
풀들한테 기선제압을 당하면 속수무책이다.

어쩌면 우리의 영혼과도 비슷하다.
정말 좋은 어떤 것을 옮겨 넣으려고 하면
그 안에 이미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오류와 편견, 오만 같은 그릇된 것들을 뽑아내지 않고는 안 된다.
그리고 그 놈들은 번식력도 좋아서 관리해 주지 않아도 우리의 영혼을 잠식해 버린다.
그러면 그 사람은 아무 열매도 얻을 수 없는 잡초 가득한 황폐한 땅이 되어 버린다.
영혼을 가꾸고 관리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부지런히...

2005.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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