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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1:14
집에 수도가 얼어서 궁여지책으로 계량기에서 선을 빼 물을 받아 사용하고 있다.
당연히 난방은 되고 있지만 온수는 나오지 않기 때문에 솥에다가 데워서 사용한다.
그러다보니 충분히 더운 물을 사용하지 못해 낮은 온도의 욕실에서 움츠리고 씻어야 한다.
나야 괜찮지만 어머니는 좀 곤란하신가 보다.
그래서 큰맘 먹고 목욕탕에 가기로 했다.

상주 시내나 김천 시내나 거리가 비슷하나 좀 더 나을 것 같은 김천으로 가게 되었다.
지나가다가 보아둔 곳이 있어서 차를 주차하고 들어가려고 하는데,
왠지 잘못 온 것 같기도 하고 영 어색했다.
승용차들 사이에 먼지투성이 화물차를 댈 때부터,
잘 차려 입은 사람들이 오가는 문으로 들어서야 하는 것 까지 느낌이 좀 이상했다.
집에 있을 때는 전혀 이상하지 않았는데,
어머니나 내 차림새가 완전히 그 곳 사람들하고 이질적으로 보였다.
이름 하여 '촌티 풀풀'이었다.
따듯하게 입은 솜바지 하며 언밸런스한 잠바에 먼지투성이 신발에...
더구나 밖에는 사우나라고 되어 있는데 안에는 사우나의 ‘사’자도 찾을 수 없으니.
간판에 있는 전화번호를 찾아 걸어 보았더니 영업은 안 한지 좀 되었단다.
서둘러 사거리 반대편 멀리에 있는 '사우나' 간판을 발견하고는 그리로 옮겨갔다.
결국 목적한 '목욕'을 할 수는 있었다.

물론 촌놈이라서 헤맨 것이 아니라 초행이라서 그런 것이지만,
스스로 그런 분위기에서 위축되어버리는 것도 우습고,
반면 나에게서 촌사람이 느껴진다는 것이 신기하기만 하다.

뭐 서울에 살 때도 변두리에 산다는 의미로 서울촌놈이라고 하긴 했지만.
하긴 약간 촌스럽게 사는 것이 건강한 삶일지도 모르는 일이다.

200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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