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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

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1:39
몇 년 전 교회에서 남선교회 모임에 가서 말씀을 전할 일이 있었다.
중년남성들에게 무슨 말씀을 전할 수 있을지 조금은 두려운 마음을 가지고 식당으로 갔다.
순서가 되어 '어린이들을 보면 그 부모를 알 수 있다'는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그랬더니 무관심하게 앞쪽만 쳐다보고 있던 집사님들이 갑자기 고개를 내 쪽을 돌리고는 ‘정말 그래요?’ 하는 것이었다.
그 자리에 아마도 내가 맡았던 부서에 속한 자녀를 가진 이들이 반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백퍼센트는 아니더라도 대략은 짐작할 수 있다'고 안심시켜 주었다.
그런데 아이들을 잘 관찰하면 그 부모들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최소한 부모들이 그 아이들 앞에서 어떻게 행동하지는 알 수 있다.
왜냐면 자녀들은 그 부모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어 자기 성찰을 통해 극복하기 전까지는 대개가 부모를 답습하게 마련이다.

부모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그대로 아이들이 사용한다.
그리고 일관성 없는 삶의 내용이 그대로 아이에게 옮겨져 종잡을 수 없는 아이로 자라게 한다.
아이들이 참을성이 없고, 불안해하고, 조급하고, 화를 잘 낸다면 그것은 아이의 문제라기보다는 부모가 문제라고 하면 맞다.
반대로 지나치게 내성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것도 억압적인 분위기에서 오는 아이만의 도피수단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이렇게 부모로부터 이어지는 것들을 유산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겠다.
물질적인 어떤 것만이 아니라 부모로부터 전해지는 삶에 대한 태도 역시 유산이다.
그렇다면 위와 같은 유산을 전하지 않고 긍정적인 유산을 전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첫 번째는 부부가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얘기다.
일부러 연출할 것까지야 없겠지만 아이들이 볼 때도 당당하게 포옹하고, 키스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사랑한다는 말을 진지하게, 자주 해 주는 것도 좋다.
반대로 싸우는 모습은 '절대' 보여 주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이 부분이 특히 한국의 부모들에게 가장 취약하다는 것이 큰 아쉬움이다.
사랑을 보고 자라지 못한 아이는 타인은 물로 자기 자신도 제대로 사랑할 줄 모른다.
그래서 늘 부정적이 되고, 불평하게 되고, 심지어는 자학적인 모습도 보이게 된다.

자녀를 사랑하는 것이 학원에 많이 보내고
무언가를 풍요롭게 가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정말 잘못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해 준, 해 줄 수 있는 어떤 것들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부모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어떤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그들에게 자신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두 번째는 바른 원칙에서 오는 규칙적인 좋은 습관을 보여 주는 것이다.
아이들은 부모가 독서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 책을 가까이 하는 아이가 될 것이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고 자라면 공부하는 아이가 될 것이다.
말씀을 보고 기도하는 모습, 규칙적으로 일어나고 잠자리에 드는 모습, 부모님께 공손히 안부를 묻는 모습 등은 아이들에게 깊이 새겨질 것이다.
종종 새벽기도를 평생 하신 분의 자녀들이 잘 되었다는 설교 예화를 듣게 되는데,
하나님께서 그 기도를 들으셔서 은혜를 주셨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새벽기도를 나가는 부모의 한결같은 습관을 보고 그 자녀들이 그것을 배우고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이면서 만들어진 삶의 태도로부터 오게 된 성공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결국 인생은 어떤 습관을 가지고 있느냐에 성패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보지 않은 것을 스스로 만들어가려면 그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말 부모 됨의 우선적인 요건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기필코 ‘극기’라고 말하고 싶다.
자녀를 위한, 아니 자신을 위한 좋은 습관은 극기에서 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우리의 후세대들에게 남길 유산은 사랑과 습관이다.

2006.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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