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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울이 아쉽다.

말씀새김 2007. 2. 16. 09:53

사무엘상 15장의 이야기는 사울의 인생에 결정적 사건을 담고 있다.
하나님께서 아말렉을 진멸하라고 명령하셨는데 사울은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다.
하나님은 일련의 사울의 일탈을 경험하시면서 그를 왕으로 삼으신 것을 후회하신다.
이 마음을 전해 받은 사무엘 역시 근심하고 부르짖었다고 나온다.
결국 하나님은 사울에 대한 마음을 접고, 새로운 왕을 세우실 것을 결정하고 다음 장에서는 다윗에게 기름을 붓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사울의 입장에서 하나님의 처분이 가혹하기 이를 데 없다.
사울을 백성들이 고른 것도 아니고, 하나님께서 직접 고르신 것이다.
마치 백성들이 사울을 뽑아서 세워달라고 했던 것처럼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튼 하나님께서 처음으로 세우신 왕을 너무도 쉽게 끝내 버리신다는 것이다.
몇 가지 실수를 했다고 해서 무참히 그의 왕조까지 닫아 버릴 것을 결정해 버리셨다.
그 전까지 보이셨던 하나님의 인내심이 너무도 얇아진 것 같아 보이기까지 한다.
사울이 아니면 요나단이 있지 않았나?
어떤 측면으로는 다윗만큼, 아니 그 이상의 인품과 재능을 가진 요나단까지 물리치실 필요가 있으셨을까?

그래서 사무엘상에서 만나는 사울에 대한 하나님의 태도는 하나님의 본심이 아닐 것이라 생각된다.
어찌되었든 첫 번째 왕이었던 사울의 세력을 누르고 왕위에 오른 다윗이 그의 왕권의 정당성을 사울에 대한 하나님의 포기에서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사울이 죽고, 새로이 다윗의 왕조가 세워지고, 또 그 후손들이 왕위를 이어 갈 때
사울을 그 정도로 폄하하는 것은 문제도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일까? 사무엘상 끝 부분에 가면 하나님을 찾아 보려는 사울의 시도들을 가차없이 거절당하는 모습을 본다.
사울을 더이상 회생 불가한 멸망으로 몰아가려 하는 저자의 의도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성경에서 사울만큼 불운한 인물이 또 있을까?
사실 진위를 떠나서 그에 대한 왜곡된 기술들이 그를 더 초라하게 한다.
그의 뒷모습이 애처롭다.
그를 오해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가 또 아쉬움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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