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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연초에 몇 해 전부터 3일간 원단금식을 해왔다.
금식을 하면 일단 음식에 대한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지난 한 해와 새로이 맞는 한 해에 대한 이런 저런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한다.
물론 집에 있든 학교에 있든 끼니때가 되었을 때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던 차에 지난 해 말 4박 5일간의 단식캠프가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하게 되었다.

원단금식 3일을 연말 단식 5일로 늘려서 하게 된 것과 30명이 넘는 사람들과 함께 한다는 차이가 있었다.
음식냄새라고는 전혀 없는 농촌의 한 환경교육관에서 진행되었다.
빡빡하게 짜여 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평소 접해 보지 못한 다양한 경험들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시작할 때는 처음 만나는 사람들이어서 서먹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가까운 사이가 되었던 것 같다.
단식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할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괜찮은 사람들이 아닌가 싶다.

금식을 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 더 확실하게 느낀 것은
단식을 함에도 불구하고 생활에 전혀 지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단식을 하면 힘이 없어서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오히려 더 많이 움직이고, 때로는 춤을 춘다든지, 등산도 할 수 있는 것이다.
평소에는 한 끼만 먹지 않아도 마치 죽을 것처럼 풀이 죽는 경우도 있었는데
열 끼를 굶어도 전혀 힘이 없다거나 생기를 잃지 않았다.

결론은 우리가 속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게 속아서 마치 한 끼라도 먹지 않으면 무슨 일이 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때때로 한 두 끼, 아니 몇 끼라도 먹지 않음으로 해서
우리 몸을 정화시켜 주는 것이 더 유익할 수도 있는 거다.
늘 할 수는 없겠지만, 일 년에 한 두 차례 정도는 몸을 비우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더불어 몸이 비워지듯, 정신도 맑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

20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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