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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살리/돌소리 2006. 10. 26. 21:14
요즘에는 농한기라서 나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농민들이 특별한 일이 없다.
뭔가 해보려는 젊은 사람들 몇몇을 제외하면...
그래서 연세 드신 분들은 대개 마을 회관에 모여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상이다.
나야 농번기에도 그리 바쁘지 않았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더더욱 집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연탄재를 처리하는 일이나, 물 받는 일을 제외하면
거의 집 안에서 책을 읽고, 쓰는 일을 하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낸다.
그래서인지 때때로 방 안에 있을 때 여기가 농촌인지 도시인지도 무감각해진다.
그러다가 친구 집에라도 가려고 자전거를 타고 집을 나서서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아! 하는 탄성과 함께 여기가 시골이구나, 내가 지금 이 곳에 있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간다.

푸르름은 자취를 감춰버렸지만 넓게 펼쳐진 논과 포도밭, 그리고 멀리 바라다 보이는 높고 낮은 산 봉오리들...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해 휴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안엔 무한한 에너지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래, 안에만 있으면 안 된다. 안에만 있으면 내가 어디에 있는지 잊게 될 수도 있다.
뿐만 아니라 나의 존재조차 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
나의 존재를 먼 곳에 있는 어떤 것과의 연관에서 찾으려고 한다면 그보다 큰 오류는 없을 것이다.
바로 내가 딛고 서 있는 땅, 호흡하는 공기, 마시는 물이 바로 나를 나 되게 하는 것이 아닐까.
내가 흙이고, 물이고, 공기이니...

겨울에 내리는 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오늘.
긴 갈증을 풀며 부르는 대지의 노래 소리를 들을 수 있을 때
나의 작은 외침 또한 누군가 귀 기울여 주리라.

2006.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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