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3. ABC트레킹 일곱째날

뱀부(2,510)-시누와(2,340)-촘롱(2,170)-지누단다(1,760)

 

오르는 길, 첫 걸음의 긴장이 가득했지만,

되짚어 내려가는 길, 가벼워진 발걸음 만큼이나 마음도 편안했다.

ABC에서 멀어지니 한껏 당겨져 팽팽해진 고무줄이 느슨해지는 것 같았다.

내리막이었다가 오르막으로 변한 계단을 오르면서도 그 때처럼 길의 압박은 느껴지지 않았다.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가고 있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이런 시간이 올 줄 알았고, 그래서 안도하는 마음 컸지만, 썩 반가운 일만은 아니었다.

이 길 위에서의 시간이 줄어들고 있으니까.

이 배움의 여정이 끝으로 향하고 있느니까.

언제 다시 이 길 걷고, 산들을 마주 할 수 있을까 싶어 멀어질 수록 아쉬움은 더 커졌다.

그러면서도 마주해 힘겨운 걸음 옮기고 있는 이들을 보며 의기양양해 하는 내 모습이라니.ㅎㅎ

바로 삼일 전에 바로 내가 그 방향에 서 있었는데, 인생이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길이 줄어드는만큼 또 줄어드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라릿과 함께하는 시간이었다.

원래 포카라까지 함께 가기로 했었는데, 내려가는 길 만난 젊은 길동무들 덕분에 일정이 조정되면서

이별이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

지누단다까지만 함께하고 그 이후로는 그 친구들과 함께 내려가기로 한 것.

물론 몸도 많이 좋아져서 내 짐을 짊어질 수 있게된 것도 한 이유였다.

첫 인상은 무뚝뚝해 보였지만 내내 다정하게 함께해주어 얼마나 고마웠는지.

꼭 다시 찾아 만나리라 다짐해 보지만 여의치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짧은 시간 석별의 정을 나누고, 킴롱콜라로 돌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배웅하고

지누단다에서 이 길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았다.

 

 

 

 

 

 

히말라야 호텔에서 만난 젊은 길벗들이다. 나를 남겨두고 둘은 데우랄리까지 갔고, 내가 MBC에 있을 땐 이들은 ABC에 있었지만,

결국엔 만나 포카라까지 함께 했다. 나이는 어렸지만 여행엔 베태랑들이라 도움도 많이 받았고, 힘든 여정에 위로도 많이 받았다.

지금 또 어디를 걷고 있을까 궁금하다.

 

 

 

 

5일 간 동행자, 안내자, 보호자, 길벗, 동생이었던 라릿과 이별의 아쉬움을 담아 한 컷 남겼다.

함께 찍은 처음이자 마지막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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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lso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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